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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몇살이예요?

글쓴이 : 천성교회 날짜 : 2017-09-19 (화) 06:20 조회 : 97

지구는 몇살이예요?

(한국일보2017 9 21일 칼럼)


나는 어린 시절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 근본주의 교회에서 자랐다교회는 구약의 음식법에 근거해 돼지고기를 금했다안식법에 의해 주일 매매행위나 오락활동은 물론 심지어 학교 시험공부도 금했다당시는 그것이 좋은 믿음인줄 알고 열심히 따랐다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문자주의에 갖힌 믿음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주 전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의 신앙적 배경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논란의 초점은 지구의 나이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창세기의 창조기사를 문자적으로 믿는 신자는 지구의 나이를 약 6,000년으로 이해한다아담부터 시작해 창세기의 족보 및 인류역사를 계산하면 그렇기 때문이다. (젊은 지구론)  하지만 현대 과학계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약 45억년으로 이해한다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계산하면 그렇기 때문이다. (늙은 지구론어느 것이 맞을까


16세기에 코페루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까지 인류는 천동설을 당연한 진리로 믿었었다그리고 성경은 천동설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천동설을 지지하는 듯한 내용이 성경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19:5-6) 가 한 예다문자적 표현만 보면 태양이 움직이기에 천동설을 지지하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도 태양계 내에서 천동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과학의 발전 때문이다물론 성경은 대부분 문자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그리스도의 십자가부활승천과 같은 사건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문자적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모든 내용을 문자적으로 믿으면 성경 저자의 의도를 오해해 기형적 믿음을 낳을 수 있다.   


성경에는 수 많은 종류의 문학적 기교들이 등장한다운율비유은유과장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 문학적 표현들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어찌 될까“네 눈이 범죄하면 빼 버리고...( 9:47) 라는 표현은 범죄에 자연스러운 인간 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그런데 만일 강조법을 문자적으로 믿으면 우리 가운데 맹인 아닌 사람 있을까?  


창세기는 출애굽 당시의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기록한 책이다당시 애굽가나안바벨론은 피조물을 신으로 섬겼다창조기사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그런 이방신 (우상) 들과 차별된 창조주 이심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목적을 위해 창세기 저자가 상상력을 동원한 시적 운율과 같은 문학적 기교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기계적 영감에 의한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인지는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만일 그런 신학적 탐구작업 없이 창조기사에 등장하는 날 수를 포함한 모든 내용을 무조건 문자적 사실이라고만 주장하게 되면 진짜 지구의 나이를 오판할 소지가 높다


신학은 신학적으로 해석해야지 과학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벽에 부딪힌다창조기사의 문자적 해석이 무조건 맞다는 전제 하에 지구 나이를 6천년으로 단정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을 꿰어 맞추려는 방식이 좋은 믿음일까?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위험한 믿음일 수도 있다. 기독교는 합리적 의심이나 질문을 무시하지 않는다그런 것은 믿음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따라서 모두가 수용할만한 과학적 결과를 신앙의 이름으로 잘못이라고 고집 혹은 판단하게 되면 스스로를 박스에 가두는 격 아닐까? 마치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할 때 교회가 그를 이단아라며 종교재판에 회부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성경은 장르문법구속역사와 같은 수 많은 해석체계를 통한 통전적 분석을 요구한다그러기에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할 때는 과연 그 내용이 또 다른 해석적 가능성이 없는가를 늘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창조기사를 문학적 틀을 적용해 해석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그리스도의 구속은총이 무너질까글쎄다


나는 현재 돼지갈비를 즐긴다주일에는 영화감상탁구치기심지어 카페에 가서 커피도 사서 마신다구약의 문자주의적 신앙 기준에서 보면 믿음 없는 사이비 목사처럼 보일지 모른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과거보다 주 안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다율법이 문제가 아니라 율법을 이해하는 해석적 틀이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나이는 몇살일까내것만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고집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연구해 간다면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듯이 언젠가 모두가 수용할만한 명료한 답을 얻지 않을까?